건강정보

[갑상선암수술 #4] 수술 다음날, 고열과 가래로 고생

자곡동감성쟁이 2024. 11. 15. 21:06

이건 아마도 엄마가 세번째 날 새벽에 찍으신 사진 같다.

하아... 수술 직후의 밤. 정말 힘들었던 밤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수술부위가 너무 아파서 계속 진통제를 맞았다. 기도삽관을 해놓았던 목부위가 엄청나게 부어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양 겨드랑이에 얼음을 끼고 있는 것도 모자라(혈관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해열제를 계속 주사로 맞았다.

의료진은 매우 급박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여주셨다. 요청하면 즉각 반응.... 아무래도 수술 직후의 환자는 집중관찰 대상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전신마취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가래가 계속 껴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래기침이 나왔다. 가래가 끼니 누우면.. 숨을 못쉬겠고... 기침은 계속 나오고... 너무 힘든 시간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조금 정신이 차려지더라. 담당 레지던트는 점심부터 완전히 물같은 느낌의 미음을 먹어보는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오케이(!) 받아들였다. 긴긴 밤 겪었던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리고 전신마취를 한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지쳐서 누워있으면 더 열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제왕때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서 병원 내부를 열바퀴 돌고 들어와 기절해 녹초로 낮잠에 곯아떨어지기도 했었던 기억. 열바퀴 도는데 땀이 엄청 나더라. 더운 날씨도 아닌데. 수술과 금식으로 체력이 엄청 상하게 됐구나를 느끼면서... 골골거리던 시간.

"포기하지않은 당신에게 나 오늘 참 잘했다고 말해주세요" 이 문구가.. 왜 마음을 울리는가.... 아픈 사람은 많이 약해지는 것 같다.

 

오후가 되어 물미음이 나왔다. 처음에 수저로 들어 먹는데.... 입이 내 입같은 감각이 아니더라. 일단 아랫입술이 너무 부어 있었고 늘어져있는 아랫입술과 턱 사이에 이물질이 끼는 느낌이었다.

거기는 수술 봉합부위도 있어서 터지면 안된다고 했는데. 먹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저녁식사는 아주 묽은 호박수프같은 거였는데, 약간 간이 되어 있는지 맛이 일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로밀이란것도 처음 먹어봤는데 미숫가루보다 훨씬 더 진하고, 이거 하나만 먹어도 노인이나 환자들은 괜찮겠구나 싶을 정도의 질감이 마구 밀려들어왔다. 단순한 두유와는 엄청 다른 느낌적이 느낌.

수저 싼 종이에 쓰인 문구 보고.........괜히 눈시울을 적신건.........비밀이다. -_-;; (아.....난 마음이 많이 약해져있었나보다...)

 

이 날 밥을 먹고나면 운동을 20-30분정도 했던 것 같다. 대략 7-8바퀴정도 되는데 이정도만 움직여도 땀이 엄청나게 났다. 땀이 나니 자연스럽게 체온이 떨어졌다. 다행스러운 일 : )

근데 많이 움직여서 그런가... 저녁이 되면 될수록 가래가 너무 심해져서... 정말 힘들어졌다. 결국은 레지던트 샘을 만나 9시에 치료실에 가서 성대를 내시경으로 봤는데

"아.. 지금 기도삽관한 목부위가 많이 부어 있어요. 소염제랑 진통제를 좀 더 놓아 드려야겠네요. 생각보다 가래는 많지 않습니다."

증거기반 + 팩트로 얘기를 해주시니. 마음이 많이 놓이더라. 다만, 가래때문에 잠은 안오고... 누워서 드라마라도 한편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학원판타지로맨스를 보기 시작함.

이건 뭐 상속자들을 능가하는... 비쥬얼 잔치. 내가 너무 좋아하는 판타지드라마인데다 잘생긴 A3(ㅠㅠ미치게 유치하지만 ㅋㅋㅋ)에 진미채에 하루까지 ㅋㅋㅋ 대체 로운이 누구냐며.... 고열과 가래기침으로 헤매이는 나에게 희망과 기쁨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젊은이들. 덕분에 고통에서 멀어져.... 새벽 3시까지 드라마를 통해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어머... ㅎㅎㅎ 다들 곱다 ㅎㅎㅎㅎ

근데 그 와중에도 간호사 선생님은 1시간정도에 한번씩 와서 해열제, 진통제, 거담제 등등을 계속 와서 맞춰주고 열을 재고 가주셨다.드라마를 보고 있는게 조금 민망할 정도;;; ㅎ근데 이런 사람들 많이 봤다는 눈빛으로.. 아무렇지 않게 정해진 시간에 환자를 돌봐주는 간호사 샘을 보며 조금 감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능...

그렇게 세번째 날이 저물었다.

고통만이 가득했던 지난 밤에 비해, (물론 고통도 조금 줄어든 듯 했다)다만, 자구책으로 만난 드라마 덕에 또 다른 고통들을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그만큼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의 힘은 무섭구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