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완전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39도 언저리에 머물던 열도 떨어지고... (의사샘 말씀으로는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전날 몰아보기하며 심장 두근;; ㅎㅎㅎ 설레게 만들어준 로운효과라 말하고 싶었다 ㅎ)
아니. 생각해보면 새벽내내 주사기 4개가 번갈아가며 주기적으로 간호사샘에 들려 줄줄이 들어왔다. 마치.... 약물로 융단폭격 당하는 기분이랄까. 지금 생각하면 레지던트 선생님이 어떻게든(!) 나를 퇴원시키고자 전략을 짜서 무단폭격 관리를 했던거 같기도 하다. (전날 치료실에서 엄살을 떨며.. 하루정도 더 있다 퇴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는데.... ㅎ;;)
암튼 이렇게 주사를 계속 놓으면... 핏줄이 너무 과부하걸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약물이 들어왔다. 드라마 보며 해피한 상태여서 그때는 잘 몰랐는데 (왜 이렇게 주사기가 자꾸 들어오지?;;; 정도) 되돌아보니... -_- 의사샘의 전략이었을것이라는 생각이 거의 확신이 되었다.
아침에는 죽을 먹었다. 미음도 아닌 죽. 씹는게 매우 불폈했고, 수술부위에 자꾸 밥알이 끼었다 ㅠ 밥을 먹고 입을 헹궈서 겨우겨우 빼냈지만 여전히 찜찜.
여전히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한참 돌았다. 역시 땀이 났다.
아침밥을 먹고나서는 전해질과 영양제를 떼어버렸다. 곡기가 들어가니 주사로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간호사 샘의 이야기였는데. 두개만 떼어냈는데도 하늘로 날아갈 것 같더라.
그리고는 오늘 중으로 퇴원하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잠시 오가더니 체온을 좀 더 체크해보고 이따 오더를 내리겠다 하며 간호사, 의사샘이 급 분주하게 왔다갔다 모드.
나는 -_- 개인적으로 날 수술해주신 고윤우 교수님(담당교수)을 수술 이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수술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마취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사자로서 수술에 대한 설명, 결과에 대한 해석... 이런것들을 듣고 싶었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갑상선 로봇수술 업계에서 제일 바쁜 교수님이심이 드러나듯.. 너무 바빠 회진 돌 시간이 없으신 모양이었다. 다만 똥글 안경을 쓰신 레지던트 쓰앵님이 자주 다녀가시긴 했다...
그래도 섭섭... --;;;;
불만을 살짝 토로했더니... 당황하던 한 간호사샘은.. .외래에서 실컷 보시면 어떻겠느냐고;;;; -_- 약간 이상한 소리를 함 ㅋ
핫. 그러더니 갑자기 열상태가 많이 나아졌으니 퇴원해도 되겠다는 오다(!)가 떨어졌다.간호사샘은 원무과 (다행히 같은 13층에 있었다)에서 결제를 하고 오면 약을 주고 퇴원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뭔가 후련하고 좋기도 하면서도.. 병원 회전을 위해 빨리 나가줘야하는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그야말로 양가감정...
암튼 3박 4일만에 천만원 FLEX를 경험했다. 로봇수술만 830만원이라니.... 나머지는 뭔가를 투약할때마다 "비급여"라고 특히 강조해주셨던....여러가지 약물이나 유리방지 마개같은 것일테고. 나머지는 병실료 뭐 이런거겠지....
퇴원은 정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압박붕대 감는게 제일 일일것 같았다. 이걸 잘 해야 나중에 모양도 잘 잡히고,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열심히 감고는 있는데...;;;자꾸 간호사샘이 해준것 같이 안되고 뭔가 헐렁~~하게 되네;;
친정 집이 너무 추워서 따땃하게 전기요를 펴고 한숨 누워있었는데
....................................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오르더니 얼굴이 어마어마하게 붓기 시작했다 ㅠ 압박붕대가 너무 쫄려서.... 숨이 안쉬어질 정도. 정말... 자다가 호흡못해 저세상 갈 뻔 ㅠㅠㅠㅠ
좀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거실에 있었더니 다시 얼굴이 좀 줄어들었다. 이렇게 막고 있으면 피가 통하나 싶기도 하고.... 압박하는 이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든것 같기도 하고... ㅠ
붕대를 풀렀는데 얼굴은 찌그러져있고... 턱은 비대칭인데다 울퉁불퉁.. 목은 압박붕대때문에 간질간질... 피부트러블이 벌써 시작되는 것 같았다. 붓고 찌글찌글...붓고 찌글찌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수술은........하고나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수술 직후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이런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들이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더라. 자존감도 낮아질 것 같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문제는 아직도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ㅠ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이래저래 걱정과 우울이 밀려드는 저녁이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후반부를 보면서... 엔돌핀을 억지생성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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