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갑상선암수술 #14] 신지로이드,안녕?

자곡동감성쟁이 2024. 11. 16. 17:31

결국은 남아있는 반쪽이의 기능이 떨어져있는 상태라 약을 처방받았다.

나의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한없이 가라앉고... 몸이 붓고...얼굴이 거칠했던 것이.. 보이지 않는 호르몬의 영향이었구나. 호르몬의 힘(?)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한바탕 제대로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몇 밀리그램 되지 않았을 그 녀석(?)에게 보이지 않게 휘둘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약간 존심(?)도 상하면서. 역시 멘탈은 몸에 종속되는건가 싶은 마음에 그동안 살펴왔던 몸철학. 몸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들에 더 솔깃하게 된다.

몸 vs 멘탈

그간 정신력과 마인드가 몸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기제라고 생각했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암을 극복하고. 공황장애나 우울을 인지치료로 성공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삶 속엔 언제나 떠돌아 다니니까.

근데 나이에 굴복하고 frailty에 자리를 내줘버린 내 삶은 몸이 정신을 굴복시킨다는 "몸 먼저 이론(?)"에 고개를 숙연하게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충분한 공부를 해보지는 않았고 그간 믿어오고 생각했던 방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삶이 근거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바탕이 되니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마음이 아무리 수백번을 결심해도 결국 "움직임. 활동" 으로서 걷는 행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결국은! 걷기 시작하고,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증거겠지. 

AA 모임에 나가 수백 수십번 마음을 먹는다 해도 결국 술을 끊는 행위(!)가 이루어져야만 변화가 시작되는 알콜릭 환자처럼 말이다.

뭐가 더 중요하다기보다는 내 삶 속에서 무시되고 소외당해왔던 몸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이란 생각이 드는 것. 모든 것은 밸런스. 중용. 하모니. 그 속에 놓여져야 하니까.

1. 수잔 웬델 - 거부당한 몸

2. 아서 프랭크 - 아픈 몸을 살다

3. 옥희살롱에서 나온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

4. 질병서사와 의료인류학 이현정 교수님

질병서사와 몸서사는 매우 중요한 이슈일거란 생각이 든다. 청년. 노인. 여성. 장애인. 아동. 누구에게나 말이다.

요즘 톺아보기란 말을 자주 듣는다. 알고보니 톺다, 톺아본다는 뜻이 "삼 따위를 삼을 때, 짼 삼의 끝을 가늘고 부드럽게 하려고 톱으로 눌러 긁어 훑다"는 것이란다. 이에 동사로 1.가파른 곳을 오르려고 매우 힘들여 더듬다. 2.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라는 뜻으로 쓰여왔다는데 난 이 뜻이 뭔가를 탐구하고 알아가는 연구자로서 매우 의미있고 아름다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이런 마음으로 알아간다면 조금 더 잼있을 것 같다.

몸. 마음. 영혼. 이 영역들이 나를 이루는 나의 정체성의 일부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 영역이 때때로 안 좋아지는 상태에 모든 내 정체성이 휘둘리고 휘청이는 삶이 못내 안타깝다. 이 아이들을 톺아보고, 살피고, 사랑하는 것이 나란 존재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성장과 유지를 위해 필수적임을 깨닫는다.

사실 그간 많이 배제되고 잊혀져왔으나....몸은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고 수치화하기 쉽기 때문에 어쩌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ㅎ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면역을 높이는 수많은 심리서만큼이나 몸에 대한 책들도 많으니 하나 하나 탐독하고. 행위를 통해 실천하고. 또 그 변화를 기록하고... 하면서. 내 몸을 톺아보고 살펴보고싶다.

몸을 돌아보고 집중하는 방법에는 두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식이를 통제하는것이 아직 다소 어려우니 일주어터의 마인드를 가지고 내일부터 조금 더 열심히 해보기로 하고.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만보가 목표이기는 하지만 오랫만에 다시 약(!) 7천보를 걷는 기회를 가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니 덜 지루하고 좋네... : ) 앞으로 매주 일요일엔 아이들과 걷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많이 걸으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허리가 아프다..;; 잉잉거리며 업어달라는 둘째의 짜증은 덤;; ㅎㅎ 담주엔 신랑이랑 같이 와야지... ㅡ,ㅡ;;)

 

움트는 꽃봉오리

 

겉모습이 그저 시커멓고,

거대하고, 단단하게만 보이던

한 고목에서

작고 예쁘게 꽃봉오리가 움트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하다.

생명이란.

삶이란...

이렇게 연약하지만 끈질기고

억척스러우나 숭고한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