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분명히 수술 잘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막판에 목소리까지 터져서(!) 이게 왠일이냐 이제 복직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신이 났던 것이 정말 어제였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목이 많이 부어있었고, 기도가 좁아지기라도 한 듯 ㅠ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숨쉬기 힘들면 응급상황이니 응급실로 오라고 했었는데.... 가슴에 물차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에폭시였나... 예전에 다이어트 할 때 피부에 집어넣던 이산화탄소;; 그게 쫙~ 들어가면 피부가 들뜨면서 막.. 내부가 팽창하면서... 아플정도로 빵빵해지는 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데....편도쪽에 그런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어서... (뻗쳐있다 그래야하나... 근육이 경직되었다 해야하나;;)
일단 외래로 고고.... 외래에는 치료실이 있었는데, 한 인턴선생님이.... 기다란 카메라 달린 관으로 코도 찌르고... 입구멍에도 깊숙히 집어넣더라...(큼큼...;;;;;;씻기는 하는걸까...)
코로나 검사 하고나서 아프다 징징댔는데 -_- 그건 뭐.. 비할 것도 아니었다. 그러더니 담당이던 정OO 레지던트 샘을 기다리라는 것.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불만이 터져나오려던 차에. 슨생님이 병동으로 올라오라고 했다고... ㅠㅠ 결국 치료실에서는 별로 한 게 없다.
익숙한 병동 치료실. 기관삽관한 목부위 염증때문에 열이 났음을 여기서 발견하고 해열제와 진통제를 무단폭격투여했었지... 으악...................갑자기 어마어마한 주사를 가지고 오시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그러시냐고 ㅠ 과학적으로 해결하시라고...;;;;(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불만을 표시했더니.... 이게 과학적인거라며 좀만 참아보란다.
진짜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 아프기도 했고. 병원에서 퇴원할때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났다."라는 말만 했을 뿐.... "그런데 이후에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라며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몇가지 로봇수술 후 불편함을 꼽아본다.
일단.
(1)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달정도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그 중에 5-15%는 영구 성대손상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턱이고 목이고.. 다 난도질 당한 기분에.... 매우... 기분이 저조한 것은 주관적인 부분이라고 치더라도
(2) 근육이 제 맘대로 이래 저리 쏠려있는 상태로 부어 있다. 외모가 제일의 가치가 아닌 나로서도... 외모를 보며 우울감을 느꼈더랬지. 울룩불룩. 퉁퉁. (이것도 해결된다고만 얘기해줬지... 얼마나 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얘기해주지 않음 ㅠ)
(3) 근육경직 - 나의 케이스인듯. 이 역시 쓰앵님은 나아가는 과정이라며 굉장히 축소해서(?) 말했다. 나는 이렇게 당장 너무 불편하고 죽을것같이 아프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증상이 언제 어떻게 없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지 않음... ㅜ 근육경직으로 숨이 차고 자주 힘들어하는 환자들도 많던데 말이다 ㅠ
(4) 물이 찬다.... 진물이 나오는거다. 수술부위 주변에서.. 역시 나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건데...주사기를 집어넣고 막 누르고 짜내니 주사기 한개 분량의 물(?)이 나왔다..............충격............ㅠ
(5) 우스꽝스러운 ㅠㅠ 얼굴쫀쫀이를 이렇게 오래 하고 다녀야 하는건지도 수술이 끝나고서야 알았다. 내가 유투브로 공부해야하나? 병원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면 좀 좋아?ㅠㅠ
(6) 심각한 후유증 중 하나로... 전신마취 후유증이 있었지. 나의 경우는 가래가 심하게 끓었고...퇴원해서도 기침이 진짜 너무 과도하게 나서... 이것때문에 목이 다시 따끔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차를 엄청 마셨고.. (기이하게도 오늘부터 좀 나아짐... )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읽었다.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라는 책이었는데... 책 내용은 조금 다른 차원이긴 했지만 이 제목이 나의 상황을 참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착한암)이라는 녀석은 잘 떼어냈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아프고 힘든데, 권위적이어서인지 시스템이나 문화의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ㅠ 의사 혹은 병원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배려까지는 하지 않은채. 이런 어려움들을 셀프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우리 수술은 문제가 없고 성공했으니 그 이후는 다 과정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참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힘없는(?) 환자는 그냥 당연히 견뎌야 하나보다...해야하는게 싫다. 조금만 더 미리 알 수는 없었을까. 조금만 더 친절하게 설명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ㅠ
그런 부분에 대해 한참 앉아서... 이야기를 쏟았다. 그래야 암 안걸릴거 같음... -_- 일정때문이긴 했지만 집도 교수가 회진한번 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강력히 표시했다.
쓰앵님도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고 말하며. 강의때문에 되도록 일찍 수술을 해야 했던 나의 상황과 그것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이야기. 수술할 때에도 성대를 살리기 위해 정말 고심하면서 수술했다는 수술 후기. 암튼 스케쥴이 그렇게 되는 바람에 회진날짜를 맞추는게 쉽지 않았다는 그런 류의 이야기들을 또 생생하게 막.... 서로 나누었음.
나중에는 정작 당사자인 나는 내 수술결과에 대해 전혀 설명들은바 없으니 여기서라도 설명을 받고 싶다 이야기 했고 .........뜻하지 않게 충격적인 사진들과 장면들에 대한 묘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잔인하지 않았던 것이 나의 갑상선과... 거기 붙어있던 저 거대한 녀석이었다. 마취한 채 이별해 이별의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낸(?) 내 몸의 일부;;;;;
원래 갑상선은 반쪽의 경우 부피가 5-7cc정도 된다고 한다. 길이로는 2cm정도여서 그리 큰 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혹이나 결절이 2cm가 넘으면 본캐(?)인 갑상선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에 주의해서 관찰을 하곤 하는데 내 경우는 보니까. 5-6cm 정도 되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녀석이 목에 붙어 있는 동안에... 베개도 편히 눕지 못하고.가끔 피곤하면 부어오르는 느낌적인 느낌(과학적인 근거는 없음)으로 숨도 차고 했었는데.
이제 녀석이 없으니 좀 나아지려나.
이것 말고 다른 잔인한 장면으로는.... 마취중에 내 모습이 어떻게 의료의 폭압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입술을 땡기고 구멍을 뚫어 로봇이 내부로 완전히 들어가버린 그런 장면이라던지.... 거칠게 마무리된 입술 내 구멍 스티치라던지 ㅠㅠ 나라고 부르기엔... 하나의 동물같은 느낌이 들고..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사진들이었다.
그래서 너무 슬픈 느낌이 들었음....(차라리 안 보는게 나았으려나................ㅠㅠ)
암튼 간 김에. 처방 몇개를 더 받아왔다. 결과적으로는 가길 잘 한 것 같다. 본격적인 사과는 아니었지만 (사실 의사들은 그들의 의무를 다 했다. 수술방에서 수술 잘 끝냈음 된거니까.) 상황에 대한 설명, 감정에 대한 이해, 상호소통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사그라드는 기분이었다.결정적으로 부어오르던 목증상도 완화가 되었으니... 이제 집으로 가는 수밖에.(인간이란 적응의 동물;;; 참 웃기지... 그런 얘기들으니 또 끄덕끄덕. 결국은 진심으로 이렇게 설명도 하고 말을 해주시니 또... 마음이 풀려서...-_-; 그러셨구나.. 그러실 수있겠구나..... 싶은거다;;;;)
집에 와서 약을 먹기 위해 호박죽을 데워 먹었다. 입맛은 여전히 없다. 턱과 목에 감각이 하나도 없기 때문 ㅠ 그래도 먹어야 기운 차리니께...
시리도록 맑은 하늘. 따뜻한 봄기운이 그나마 엔돌핀을 돌게 한다.
이와중에 격한 남자아이들은 의도치 않았지만 나에게 넥슬라이스같은걸 날리거나.. 거칠게 안겨서.. 날 기함하게 만들었다. 목이 끊어질것처럼 아팠지만. 티를 내면 울까봐..... 눈물을 머금으며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조심스레 다른 방으로... (근데 다른 방으로 갈 때마다 쫓아와 놀아달라고 하는 이 아이들을 우짜면 좋을지 ㅠ)
아이들은 3박 4일 함께 있지 않았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기를 원하듯... 너무 매달리고. 나에게 화를 내고. 섭섭함을 토로한다. 안놀아줄거면 장난감을 사내 보상이라도 하라 한다.
이 와중에 둘째는. 안놀아줄거면 엄마 죽어! 라고 말해...........진짜 토나올 정도로 충격을 줌 ㅠㅠㅠ (이 와중에 첫째는 "나는 엄마가 좋으니까 안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쏙 도망감) 만 4살짜리 아이의 철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말이 너무 상처가 된다.
호르몬도 널뛴다. 출산 후 같은 느낌이다. 작은 말에도 상처가 된다.
나는 아파봤으니까, 아픈 사람들에게 더 나은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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